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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디클 :: 책 읽는 디자이너 클럽

by 디자이너 재영 2022. 8. 2.

디자이너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디자이너로서의 "근거 있는" 자신감

 

디자이너의 가치

디자이너 커뮤니티나 디자인 업계에서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면 매번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에 대해서 정말 가볍게 생각한다는 얘기입니다.

 

마감 전날에 갑자기 시안을 바꾼다던가, 이 정도는 금방 하지? 라며 아무렇지 않게 작업물을 헐값에 해달라는 요청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가 초기 시안으로 돌려달라는 허무맹랑한 얘기도 정말 유명합니다. 돌이켜 보니 저도 정말 오랫동안 그런 대우에 시달려왔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디자인은 인건비가 대부분이라 본인 스스로가 쪼그라들면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료값이 거의 들지 않으니까요. 나 자신을 어떻게든 갈아 넣으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나의 작업 시간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넘기거나, 시급으로 계산하며, 이 정도면 시급보다 많이 받는 거니 괜찮다는 얘기도 수차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디자인 실력은 어느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어느 디자이너든 모두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괜찮아 보이는 시안'이라는 것도 정말 많은 작업물을 보고 생기는 심미안이니까요. 그냥 툴만 다룰 줄 아는 걸로 디자인 공부가 끝나지 않습니다. 트렌드도 계속 알아야 하고요. 이런 와중에 자신의 가치가 평가절하 당하는 것이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저는 제가 공부했던 디자인, 그리고 그 가치를 찾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해봤습니다. 여러 가지 툴을 한 번에 다룰 줄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려고 한다던가(어! 그거 저한테 한번에 맡기세요!), 누구보다도 빠르게 시안을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된다던가 하는 방식(제가 내일까지 해드릴게요)이었습니다. 또는 어떤 스타일을 만들어서 더 예쁘고 눈에 띄는 스타일을 만들려고 애썼던 것도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가치를 찾아준 건 디자인에 근거가 생겼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제안서 작업을 하다가, 정말 이 부분만큼은 발표자(의뢰인)가 꼭 살려줬으면 하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발표자분께 제 생각을 코멘트해드렸습니다. 이 부분이 포인트니까, 이 제안서는 이렇게 읽어달라고. 그리고 나니 다른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전부 코멘트해드리고, 왜 디자인을 이렇게 했는지, 그러고 내용상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 게 좋은지를 모두 설명해드렸습니다. 나름의 디자인 전략이었던 거죠. 그랬더니 그 발표자분이 굉장히 놀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와 오프라인 미팅을 잡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분 더 모두 코멘트 해드렸고, 전부 사무실로 찾아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디자인이 가진 설득력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저한테 의뢰를 주는 의뢰인들 모두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을 저는 뒤늦게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제품을 판매하는 어떤 분이 저한테 의뢰를 주신다면, 그분은 고객들을 사로잡을 방법을 고민하고 계신 거죠. (본인의 취향에도 만족을 해야겠지만요.) 로고 디자인을 원한다면,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지 고민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바로 디자이너였습니다. 

 

그동안은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라고 은근히 믿고 있었습니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디자인과 내 옆의 디자이너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정답이란 없고,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면 된다, 라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 생각이 모두 뒤집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디자인에 근거가 있고, 방향이 있고, 좋은 디자인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됐습니다.

 

 

 

디자인 외의 책

그 이후로 저는 디자인이 가진 설득력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에게 팔리는 디자인이 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놀랍게도 디자인 외적인 서적에서'도' 디자인 근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케팅 서적을 읽기도 하고, 심리학 서적을 읽기도 했습니다. 직접 세일즈에 나서 보기도 했습니다. 괜찮은 카피와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서 카피라이팅에 관한 책이나, 스피치 책도 읽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라, 그 과정이 괴롭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스스로 디자인에 근거가 생기고 나니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해주시는 분들과 다양한 만남도 생겼습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대한 자극은 스스로 찾고 즐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기에 좋고, 깔끔한 디자인은 대부분 북마크를 해두고 찾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커뮤니티 특성상 트렌디한 디자인은 빠르게 퍼지고 공유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탐구력이 높아서 스스로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또는 새로 나온 신박한 디자인을 금방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디자인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기가 힘듭니다. 대부분 디자인이라는 제목을 달고있지 않기도 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하면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넓고 모호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디자인이야! 하고 깨끗하게 절단되는 분야가 아니니까요.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는 거죠.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된 이유

이런 개인적이고 부끄러운 얘기를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정말 책을 통해 배운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혼자 헤매 왔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헤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보다 더 대단하고 작업을 잘하는 디자이너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책이 유일무이한 대책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에는 책이 아니라 유튜브나 강의를 통해서도 충분히 대단한 분들의 작업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획을 가지고 디자인을 작업하게 됐는지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탄탄한 팬층을 구성하는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정말 오랫동안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헤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찌 됐든 간에 디자이너의 가치를 올려주는 지식들을 배우는 것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자연스럽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일입니다.

 

 

책 읽는 디자이너 클럽 이미지

 

 

 

 

책의 뼈대, 그리고 디자인

 

 

어떻게 읽나요?

책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책의 요약을 읽고 나에게 필요하다거나 궁금한 부분은 찾아서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책의 뼈대를 전달해드릴테니, 책 읽으실 때는 살을 덧붙여가며 읽으시면 이해하시는 데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물론 전체를 요약해드리는 건 아니라 드문드문 빠진 내용도 많을 것입니다.)

 

나름 디자이너를 위한 책읽기다 보니, 어떻게 하면 디자인에 응용할 수 있는지를 위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또는 디자이너로서 살아남는 방법에 관해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책은 직접 읽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무래도 독후감을 읽게 되면 독후감을 쓴 사람의 시각에서 한 번 편집되는 거니까요.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읽기 위해서는 책을 직접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책 사이사이에 메모를 해가며 읽으면 자신의 상황에 더 빠르게 대입하실 수도 있고요. 그리고 책 읽으신 내용을 저와 공유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sandbox_culture@naver.com

 

 

 

이렇게 긴 글은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기에는 부침이 있겠지만, 정말 간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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